채무 발생 전의 일상적인

저는 올해 36세,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입니다. 결혼해서 두 아이를 키우며 워킹맘으로 바쁘지만 나름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남편도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고, 저는 교대근무로 힘들긴 했지만 아이들이 엄마의 유니폼을 자랑스러워할 때마다 뿌듯했습니다. 집은 전세로 마련해 두었고, 월급과 남편의 수입을 합쳐 생활비와 교육비를 충당하면서 부족하지 않게 살아왔습니다. 솔직히 ‘우리 집은 평범하게 잘 살아가고 있구나’라고 믿고 있었죠.

채무 발생과 악화 과정

문제는 제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시작했던 작은 도박에서 비롯됐습니다. 처음에는 스포츠 토토 같은 소액 베팅이었어요. 병원에서 긴장과 피로가 쌓이다 보니, 잠깐의 짜릿함이 큰 위안처럼 느껴졌습니다. 한두 번은 소액을 따기도 하면서 “이 정도는 취미”라고 스스로 합리화했죠. 하지만 점점 금액이 커졌습니다.

2년 8개월 동안 저는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졌습니다. 돈이 부족해지자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쓰기 시작했고, 그것도 모자라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게 됐습니다. 처음엔 몇 백만 원이었는데,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결국 총 채무가 6천5백만 원까지 커졌습니다. 저축은행에서도 대출을 받았지만, 이자만 갚아도 허덕이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남편 몰래 빌린 돈이 많았기 때문에 불안과 죄책감에 시달렸고, 아이들의 얼굴을 볼 때마다 가슴이 무너졌습니다.

개인회생 결심까지의 상황

결정적인 계기는 아이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날이었습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큰아이가 “엄마 이번엔 꼭 운동회에 와 달라”고 했는데, 저는 돈 문제로 채권자 전화를 받느라 결국 가지 못했습니다. 아이가 울면서 “엄마는 왜 항상 바쁘고, 약속 안 지켜?”라고 하는데 그 순간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았어요.

그 후로 몇 주 동안 고민했습니다. 이 상태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걸 알았지만, 가족에게 털어놓는 게 두려웠습니다. 혹시 남편이 실망해서 등을 돌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컸습니다. 결국 친한 동료에게 털어놓았고, 그 동료가 “개인회생 제도가 있으니 상담이라도 받아보라”고 권했습니다. 처음 상담을 받으러 갔을 때는 너무 떨리고 부끄러워서 고개조차 들 수 없었습니다. ‘간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내가, 환자를 돌보는 내가, 이렇게 무너질 줄이야…’ 하는 자책감이 들었죠.

개인회생 진행 과정

상담 후 바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개인회생은 일정한 소득이 있는 사람이 빚을 갚을 능력은 있지만 전액을 갚기는 어려운 경우 법원이 채무를 조정해주는 제도라는 설명을 들었을 때, 그제야 한 줄기 빛이 보였습니다. 상담부터 법원 인가 결정이 나기까지 약 4개월이 걸렸습니다.

저는 매달 약 90만 원을 36개월 동안 갚는 변제계획을 세웠습니다. 원래라면 평생 갚아도 끝나지 않았을 빚이, 이렇게 조정되니 숨을 쉴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각종 서류를 모으고, 법원에 직접 출석해 진술할 때는 너무 창피해서 땀이 비 오듯 흘렀습니다. 판사 앞에서 제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는 도박에 손대지 않겠다고 말하는 순간, 부끄럽고 동시에 후련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건 가족에게 사실을 털어놓는 일이었습니다. 남편은 처음에 충격을 받았지만,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다시 시작하자”며 저를 붙잡아 주었습니다. 그때 정말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현재의 변화와 희망

지금은 개인회생 인가가 난 지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매달 변제금을 성실히 내고 있고, 남편과 함께 가계부를 쓰면서 검소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아이들 교육비와 생활비는 빠듯하지만, 이제는 빚독촉 전화가 오지 않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합니다.

무엇보다 삶의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저는 다시는 도박에 손대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그 대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건강한 방법들을 찾고 있습니다. 주말마다 가족과 함께 산책하거나, 아이들과 요리하는 시간이 제겐 큰 행복이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단순합니다. 남은 변제 기간 동안 성실히 책임을 다하고, 가족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 아내로 사는 것. 그리고 같은 처지에 있는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채무 때문에 절망하고 있다면, 혼자 끙끙 앓지 말고 반드시 상담을 받아보세요. 개인회생은 두 번째 기회를 주는 제도입니다. 저도 그 기회를 붙잡았고, 지금 다시 희망을 품고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