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입부: 안정적인 직장, 흔들리지 않을 줄 알았다

저는 올해 46세, 시청에서 일하는 평범한 공무원입니다. 아내와 고등학생 두 아이를 둔 가장으로, 정년이 보장된 직업을 가진 것에 대해 늘 감사하며 살았습니다. 아침엔 출근하고, 퇴근 후엔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단조롭지만 안정된 삶이었죠.

하지만 어느 순간, 더 나은 삶을 위해 한 발짝 더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의 대학 진학비, 노후 준비, 집 대출 상환 등 현실적인 문제들을 생각하니 지금의 월급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주식’이었습니다.

2. 전개: 수익은 찰나, 손실은 현실

처음엔 소액으로 시작했습니다. 뉴스와 유튜브 채널을 보며 독학했고, 몇 번의 수익이 생기자 자신감이 생겼죠. 점점 규모를 키웠고, 결국 레버리지(증권사 신용 대출)까지 이용하게 됐습니다.

문제는 2022년 말, 금리 인상과 주가 급락이 겹치면서 터졌습니다. 마이너스 통장이었던 주식 계좌는 순식간에 반토막이 났고, 추가 입금 요구(마진콜)를 맞으며 더 큰 빚이 쌓였습니다. 어느새 증권사 두 곳, 카드사, 저축은행까지 포함해 총 9,000만 원의 채무가 생겨났습니다.

처음엔 “조금만 버티면 회복된다”는 생각으로 버텼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상황은 점점 나빠졌고, 매달 이자만 수백만 원을 내야 했습니다. 가족에게는 말도 못 하고, 혼자 감당하는 스트레스에 가슴이 조여오는 날이 많았습니다.

3. 위기: 무너진 신뢰, 그리고 결심의 순간

결정적인 계기는 딸아이의 수학 학원비 자동이체가 거절된 날이었습니다. 잔액 부족이라는 문자에 눈앞이 캄캄해졌죠. 그날 저녁, 아내에게 모든 걸 털어놨습니다. 처음엔 믿기 힘들어했고, 많이 놀란 눈치였지만 결국 “지금이라도 해결책을 찾자”고 말해주었습니다.

그 후 2주 정도 고민하며 인터넷을 뒤졌고, 개인회생이라는 제도를 처음으로 진지하게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공무원이 개인회생을 한다는 게 창피하게 느껴졌지만, 더는 미룰 수 없었습니다.

상담을 받으러 가는 길, 솔직히 발걸음이 무겁고 고개도 들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첫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그래도 방법은 있다”는 생각에 숨통이 조금 트였습니다.

4. 해결: 두 번째 기회, 계획대로 걷기

개인회생 절차는 예상보다 꼼꼼했고, 생각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상담부터 법원 인가까지 약 5개월, 그동안 월 소득과 지출을 일일이 제출하고, 자산 내역도 투명하게 정리해야 했습니다.

법원은 제 상황과 상환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한 끝에 월 47만 원씩 3년간 변제하는 계획을 인가해주었습니다. 당시 느꼈던 감정은 해방감보다는 책임감이었습니다. “이제 진짜 이 길을 잘 걸어야겠다”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초반 몇 개월은 소비 습관을 완전히 바꾸느라 힘들었습니다. 외식은 거의 끊고, 커피도 집에서만 마셨죠. 하지만 적어도 연체 걱정 없이 매달 납부하며, 조금씩 다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법원 출석 당시, 판사님이 “이 제도는 당신을 위한 마지막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입니다”라고 해주셨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5. 결말: 회복 중인 삶, 다시 세운 목표

지금은 변제 시작 후 10개월 차입니다. 매달 성실히 납부하고 있으며, 가족들과의 관계도 훨씬 좋아졌습니다. 무엇보다 이제는 ‘감추는 삶’이 아니라 ‘책임지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제 모습을 보고 인생엔 실수도 있고, 회복도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배워가는 것 같아 다행스럽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단순합니다. 변제를 마치고, 다시 작은 저축을 시작해보는 것. 그리고 은퇴 후에도 아내와 함께 소소한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정도의 여유를 만드는 것.

혹시 저처럼 무리한 투자로 빚을 지고,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오히려 가장 빠른 해결의 시작입니다. 개인회생은 도망이 아니라 다시 일어서는 선택입니다.

실수는 누구나 합니다. 하지만 책임지고 다시 걷는 건 용기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