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회복경험담

2025.08.04 12:12

차 한 대로 시작된 빚, 다시 나를 찾는 길

  • 최고관리자 오래 전 2025.08.0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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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부

스타트업을 창업한 지도 어느덧 5년 차에 접어든 30살 청년입니다. IT 기반의 B2B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고, 직원은 4명뿐이지만 우리끼리 똘똘 뭉쳐 제품 개발과 마케팅을 해나가고 있었어요. 첫 투자를 유치했을 땐 자신감도 넘쳤고, 누가 봐도 "되는 스타트업" 같았죠. 그 무렵, 저는 좀 더 있어 보이고 싶었습니다. 투자자들과 미팅할 때도, 클라이언트 미팅 때도 체면을 살리고 싶었고요. 그래서 무리해서 고급 수입차를 리스했습니다. 그때는 그게 ‘사업가답게 사는 것’이라 믿었죠.




 


전개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초기 매출은 기대만큼 오르지 않았고, 개발비와 인건비가 빠듯한 상황에서 월 리스료 95만 원과 보험료, 유류비, 차량 유지비가 큰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카드로 비용을 돌리기 시작했고, 몇 개월 만에 카드 한도도 꽉 찼습니다. 카드사 두 곳에서 현금서비스와 리볼빙을 돌리면서 버텼지만, 점점 카드 돌려막기의 늪에 빠졌죠. 그 사이 차량은 사고가 나면서 보험료가 더 올라갔고, 리스비는 연체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리스회사에서 차량 회수 통보가 왔고, 연체 이자까지 붙으며 전체 채무는 5천5백만 원까지 늘어났습니다. 사업도 쉽지 않고, 채무도 불어나는 상황에서 마음까지 지쳐갔습니다.




 


위기

결정적인 계기는 어머니가 보증금 일부를 빼서 제 카드 대금을 막아준 날이었습니다. 아무 말 없이 계좌이체를 해주신 어머니를 보고 그날 밤 펑펑 울었습니다.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살겠다는 다짐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너무 컸어요. 그 뒤로 한 달간 거의 불면증에 시달렸고, 회사 일에도 집중을 못 했습니다. 그러던 중 창업 멘토에게 개인회생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너무 이른 선택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더는 카드 연체 문자에 숨고 싶지 않았고, 더 늦기 전에 나를 추슬러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상담을 받으러 갔을 때 마음이 무겁기도 했지만, 어쩌면 살 길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함께였죠.



 

해결

상담 후 서류를 준비해 접수하고, 법원 인가까지는 약 3개월이 걸렸습니다. 저는 현재 고정 수입이 있는 사업자는 아니지만, 대표이사 급여와 소득 증빙이 가능했기에 월 31만 원씩 3년간 납부하는 변제계획이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동안 가장 힘들었던 건 ‘실패했다’는 자책감이었지만, 서서히 ‘이건 재기 과정’이라고 생각을 바꾸게 됐습니다. 법원 출석 당시 판사님 앞에 서는 순간까지도 떨렸지만, ‘책임을 회피하려는 게 아니라, 감당하려는 시도’라는 말을 듣고는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습니다. 인가 결정이 났을 땐, 다시 살아볼 용기를 얻은 기분이었습니다.



 

결말

지금은 변제를 1년째 성실히 이행 중입니다. 차량은 반납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생활비도 아끼고 있어요. 외형에 신경 쓰기보단, 제품과 서비스에 집중하게 되었고, 오히려 고객 반응도 더 좋아졌습니다. 최근엔 소규모지만 재계약도 성사됐고, 적자였던 월 매출이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앞으로는 무리한 과시보다, 실속과 지속 가능성을 우선으로 하는 경영을 해나갈 겁니다. 이 글을 읽는 분 중 저처럼 체면이나 순간의 선택으로 인해 빚에 빠진 분이 있다면 꼭 전하고 싶습니다. 늦었다고 느낄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부끄러워하지 마시고, 한 걸음 내딛어 보세요. 그 한 걸음이 제 삶을 바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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